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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클랩튼과 나이듦에 대하여
일전에 방송에서도
나이 먹을 수록 더 멋져지는 드문 예로
숀 코네리와 에릭 클랩튼을 들곤 했지만,
에릭 클랩튼은 정말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는 새파란 20대 때 이미
세계 록기타계의 탑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동시대에 함께 연주한 영웅들이
죽어서 전설이 되거나
몇십년전의 무용담으로 기억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에릭 클랩튼이 '여전히'
최고의 기타리스트이자 대중적으로 호응받는 싱어로 활약한다는 건
진정 경이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의 무대에서 그런 역사에 대한 과시와 자만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다.
역전의 용사 롤링 스톤즈나 에어로스미스의 무대가
아직도 록스타로서의 이미지메이킹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에 반해
집에서 입고 나온 듯한 셔츠와 바지 차림에
별다른 무대장치도 특수효과도 없이
자신의 기타만을 소중히 연주하는 에릭 클랩튼의 공연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禪)이자 구도의 길처럼 보이며
청자의 가슴 속 저 깊은 곳을 절절히 울린다.
몇마디의 프레이즈 안에
그만이 낼 수 있는 부드럽고도 따스한 톤 안에
지난 세월 모두가, 수많은 무대와 연주와 영화와 아픔이 녹아 있다.
갈수록 블루스로 회귀하는 그의 연주는
그래서 지루하지 않고, 상투적이지 않다.
혹자는 음악가나 미술가는 운동선수와 달리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이 있는 예술을 펼칠 수 있다고 간단히 말하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예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록은 언제나 '젊은' 세대의 음악이고
천재성은 순간 불타오르다가 이내 흩어져
찬란했던 뮤지션은 전설로서, 아이콘으로서,
나중엔 그저 셀러브리티-유명인사로서 사람들의 뇌리에 남기 십상이다.
그래서 오늘 에릭 클랩튼의 무대가
더욱 고맙게 여겨지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오래, 더 좋은 연주와 더 좋은 목소리로
음악을 들려준다는 게
문득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



2007. 1. 23. 8시, <에릭 클랩튼 내한공연 Eric Clapton Live in Seoul>, 올림픽 체조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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