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이곳까지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드디어
기대하던 몽상만화 <지문사냥꾼>이 나왔네요.
타국에 있어 긴 얘기 하긴 힘들기에
책에 서문 격으로 쓴 글을 대신 올립니다.
행복한 연말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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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만화 <지문사냥꾼> 출간에 부쳐...
<지문사냥꾼>이 만화로 나오다니! 어릴 적 꿈이 이루어진 기분입니다. 누가 장래 희망을 물으면 겁 없이 “만화가요!”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동화책과 만화책을 차별하지 않았던 부모님 덕에 집에는 박수동, 길창덕 선생의 책이나 만화잡지 <보물섬>등이 그득했습니다. 삼형제가 방바닥에 엎드려 큰 달력 뒷면 가득 만화를 그려 넣는 것이 제일 만만한, 그리고 즐거운 놀이였습니다.
자라면서 만화가의 꿈은 접었지만, 지금까지도 제 상상력의 많은 부분은 만화에 빚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만화에 담긴 시각적 상상력, 현실적/초현실적 내러티브, 촌철살인의 풍자와 기발한 유머,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은 문학, 영화, 또는 그 어떤 예술과 견주어도 뒤짐이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체호프와 심슨가족은 동격입니다. 오손 웰즈와 허영만 선생 역시 그러합니다. 예술과 상상력의 영역에 장르의 문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졸저 <지문사냥꾼>을 준비하며, 편집자, 디자이너와 함께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이 ‘비주얼’이었습니다. 글과 그림이 서로 동등한 역할을 하며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소장하고 싶은 환상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다행히 최고의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났고, 그 결과물은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입니다. 글의 남루함을 덮어주고도 남을 정도로 멋진 그림과 디자인 덕에 이 책은 오랫동안 많은 출판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리고 분에 겨울 정도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 <지문사냥꾼>이 만화로 다시 태어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책을 낼 때부터 ‘누군가 만화로 만들어준다면 정말 좋겠다.’라고 내심 생각하곤 있었지만, 실제로 만화계의 제의를 받게 되자 말 그대로 뛸 듯이 기뻤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함께 하게 되고부터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매일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기다렸습니다. 저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칩니다.
책 <지문사냥꾼>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그려진 만화이지만, 각각의 작품은 작가님들의 시선으로 완전히 재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기분으로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맨 처음 작가님들과 미팅할 때도 “여러분 마음 내키시는 대로 상상력을 펼쳐 주십시오.”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바람대로 <몽상만화 지문사냥꾼>은 또 다른 창작물로 자신만의 개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머릿속 그림과 얼마나 일치하냐고요? 글쎄요. 어떤 것은 무척 닮아있고, 어떤 것은 몇 걸음 훌쩍 더 나아갔으며, 어떤 것은 상상도 못했던 방향으로 달려가 있습니다. 그 모두가 진정 짜릿한 흥분을 일으킵니다. 여러분도 그런 흥분을 느끼실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전력을 다해주신 최고의 작가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어찌어찌하다 내게 된 책 <지문사냥꾼>이 만화로, 또 오디오 북으로 나왔습니다. 앞으로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의 제작도 이루어질 듯 합니다. 모두 각 분야 전문가들의 제안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인지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쁠 뿐입니다. 이 모두가 <지문사냥꾼>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덕택입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몽상만화 지문사냥꾼>이 여러분의 일상에 작으나마 즐거운 파문을 일으키길 감히 기대해 봅니다.
2006년 12월 이적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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