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어제는 7시 45분에 광화문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목동 SBS에 10시 25분에 도착한,
정말 믿기지 않는 교통체증의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모두들 즐겁고 고단하게 보내셨는지요.^^
어제 오후 <벼랑 위의 포뇨>를 봤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을 극장에서 만나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입니다.
동시대를 사는 거장의 현재를 확인하는 기쁨.
갈수록 그는 '이야기'보다는 어떤 '정서'를 전달하는데
치중하는 것 같습니다.
톱니처럼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내러티브엔 이제 관심이 없네요.
순간순간 가슴 뭉클하게 전해지는 어떤 '정서',
그것들의 총합이 약 100분 간의 애니매이션의 '의미'가 아닌지.
보는 내내 번지는 웃음은
귀여움, 기특함, 아름다움, 대견함, 자랑스러움, 현명함, 인자함, 사랑스러움 등에
공감한 웃음입니다.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든 인간에 대해 깊은 믿음을 잃지 않는 감독의 세계를
함께 꿈꾸며 짓는 웃음.
얼마전엔 <렛미인>이라는 영화를 즐겁게 봤습니다.
농담삼아 말하자면 <지문사냥꾼> 감수성의 또하나의 영화적 현현이랄까.
이 독특한 뱀파이어 영화의 마지막 수영장씬은 올해 베스트 '속시원-한풀이'씬이었습니다.
또 그 얼마전에 극장에 앉아있는 시간이 즐거웠던 영화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였습니다.
수입사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제목형식을 차용한 것이 분명한 이 영화의 원제는
<대가들의 카페>입니다.
영화적으론 거의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탱고의 명수인 노장들이 하나하나 모여 공연을 치룹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보다도 훨씬 단선적이고 지루한 구성입니다.
헌데
음악이 아름다워서 그 무성의가 용서됩니다.
아니 어쩌면 감독은 음악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스스로를 뒤로 완전히 감춘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죠.
덧붙여 고백하자면
하이퍼텍 나다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가수 이적' 좌석이 있길래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서 관람했습니다.
이상한 기분이더군요.
이 자리를 빌어 문화계인물들 이름을 딴 좌석들 중
'가수 이적'자리를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 가도 있을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주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지만
보고나서 무언가 주절거리고 싶어지는 작품은 생각만큼 많지 않지요.
그에 더해 이런저런 이유로 메모를 남기지 못했던 작품들이 생각나
오늘 크리스마스 맑은 대낮에 이렇게 끄적거려봅니다.
다시금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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