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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이제 무엇부터 할까? 뭘 하긴 뭘 해. 서로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지. 모두들 빈손이었거든. 나도 다로도 기타와 베이스를 들고 오지 않았어. 뭐 마이크는 놓여 있고 드럼 스틱도 빌리면 되겠지만, 일단 합주를 해 볼 수가 없는 상태였던 거지. 사실 오늘은 풋라이츠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 것인가 자체가 의문인 상황이었거든. 일단 모이게 되느냐가 관건이었고 연주를 하고 말고는 그 다음 문제였던 거야. 이럴 거면 주변에 아무 카페에서나 모이지 그랬느냐고? 그건 아니야. 아니지, 아니고말고. 풋라이츠의 집은 여기야. 언제든 이 곳에서 모였어. 이곳에서 숨쉬고 이곳에서 물어뜯고 이곳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며 연주했다고. 바로 이 후진 ‘홍익 합주실’ 3번방에서 말야. 세 시간 한 프로 당 3만원이었던 게 5만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방 안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어. 다만 곰팡이로 덮힌 카페트 면적이 좀 더 넓어지고 먼지 쌓인 드럼세트가 더 낡았을 뿐. 심벌하나가 깨진 것도 눈에 들어왔어. 도대체 무슨 근거, 무슨 배짱으로 대여료를 올렸는지 도통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이 곳은 여전히 이 곳이야. 우린 여기에 모일 수밖에 없어. 풋라이츠의 재결합은 여기 아니면 안 되는 거야. 하긴, 우리 넷 외엔 누구도 관심조차 갖지 않겠지만. 아니, 들여다보고 나면 한심해서 한숨부터 푹 내쉬겠지만 말이야.

  쭈뼛거리며 문자메시지가 온 척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문이 빼꼼 열렸어. 주인아저씨의 대머리가 나타났지. 이 아저씨 머리 벗어진 부분의 면적도 6년 전 보다 훨씬 더 넓어졌더군. 이제 머리카락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야.

  “시간 다 됐다.”

  언제나처럼 의중을 알 수 없는 웃음을 싱글싱글 지으며 한마디 덧붙였어.

  “뒷 팀이 있으니 10분 안에 비워줘.”

  “뭐야, 벌써 나가야 돼?”

  기한이 또 호들갑을 떨더라. 네가 약속 시간보다 한참 늦게 나타난 탓이야. 오늘도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았잖아. 물론 기다린 우리도 나가줘야 할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생각보다 오래 참을 수 있었던 걸 테지. 우린 주섬주섬 일어나서 방을 나섰어. 뭔가 아쉬워 괜스레 심벌들을 주먹으로 때리면서. 나가는 뒤통수에 대고 주인아저씨가 소리치더군.

  “간만에 보니 반갑다. 너희들 또래는 이제 안 나타나니까.”

  다로가 그게 무슨 뜻인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따지듯 뒤돌아봤어. 인지는 아무 반응 없이 계단을 올랐지. 아저씨는 별 것 적혀있지도 않은 장부를 뒤적거리며 중얼거렸어.

  “인지는 더 여물었네, 흐흐.”

  지상으로 올라오니 햇살이 눈을 찔렀어. 오후 네 시의 햇살인데도 우리에겐 충분히 공격적이었지. 서른한 살 먹은, 변변한 직업조차 없는 밴드 멤버 네 명에게는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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