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트위터 짧은 픽션 [51] ~ [60] (2010. 4. 20 ~ 5. 11)
[51]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하다니, 이 식당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흥분해 소리 지르는 손님을 향해 주인아주머니는 태연히 대꾸했다. "집에선 변기 옆에 칫솔을 두고 날마다 그걸로 입안을 쑤시면서 뭘 그러슈?"
[52] 숨이 차서, 멈춰서고 싶었다. 숨이 차서,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당장이라도 쓰러져 버리고 싶었다. 허나, 그럴 수가 없던 것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것 때문에. 조금만 더 가면 붙잡을 수 있을 것처럼 평생을 약 올려온 그것 때문에.
[53] "노래를 부른다는 건, 친구를 부르거나 혼을 부르듯이 노래를 불러오는 거야. 찾아온 노래가 네 몸을 지나가게만 하면 돼." "불러도 오지 않음 어떡해요?" "버럭 고함치면서 부르지 말고 편안하게 달래듯 불러 봐. 그럼 금세 온단다, 노래가."
[54] 조명감독인 내가 무대를 암전시킬 때마다 그가 나타난다. 찰나지만 선명하다. 내 애인의 죽은 전남편이다. 그는 말한다. "걔가 날 죽였단 걸 알고 있어?" 그럴 리가. 사고였다고 들었다. 황급히 불을 밝히면 쇼는 계속된다. 아무렇지 않게 또.
jucklee RT @rhdgj @jucklee [55] 때론 나 자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워요. 누군가 적어주는 말을 그대로 읊고 있단 생각이 드는 거죠. 난 가공의 인물일지도 몰라요. 완전한 허구 말이에요. 그런 생각한 적 있나요? 절 팔로우해주시겠어요?
[56] 문자그대로氏는 유모차(乳母車)를 끌기 위해선 유모부터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자전거(自轉車)는 스스로 굴러야 하거늘, 왜 사람이 페달을 밟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문자그대로氏에게 세계는 균열 투성이였다. 문자 그대로.
[57] 궂은 날씨에 짓궂은 친구가 얄궂은 표정으로 심술궂게 소리 지른다. 소리 지르는 것은 마음에 불 지르는 것과 같아 사이를 가로질러 가슴을 찌르고, 저질러진 싸움에 나도 마구 내지르니 그 말이 친구 염장을 제대로 지른다. 아뿔싸, 말에 취했다.
[58] 누운 사람을 넘어 다니면 큰일 난다는 엄마의 말에, 새벽마다 소년은 좁은 방에 가득한 여덟 가족을 피해 벽에 붙어 일하러 나가야 했다. '그럼 큰 집에서 살든가.' 심통이 나 막내의 배를 훌쩍 뛰어넘었을 때 그 일이 일어났다. 후회는 늦었다.
[59] "피를 뚝뚝 흘리며 그 여자가 가게로 들어왔죠. 내가 무슨 일이냐고 비명을 지르자 그녀는 갑자기 왁 웃으며 품안에서 피 묻은 고기덩이를 꺼냈어요. 그 순간 살의가 솟구쳤죠. 그럴 수 밖에요. 대체 그녀는 왜 그랬을까요?" 피의자가 중얼거렸다.
[60] "날 기울여줘요. 다 쏟아내게, 그래서 다 비우게." 바에서 만난 낯선 여인의 부탁을 남자는 당연히 유혹으로 받아들였다. 그게 잘못이었다. "구질구질한 걸 더 내 안에 우겨넣지 말라구. 난 완전히 빈 주머니가 될 거야. 애초에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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