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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바심과 늑장 : 가정불화에 대한 시간심리학적 고찰
조바심 내며 서두는 사람과
여유 만만 늑장부리는 사람.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시간이 정해진 경우,

전자는 두어 시간 전부터 안절부절
빼먹고 가는 것은 없을까 조마조마
가는 길이 막히진 않을까 좌불안석
결국 약속시간 한참 전에 도착하여 기다리나,
급히 서두는 바람에 빠뜨린 것이 한둘이 아니요,
동행인(그의 가족이나 동료)은 그의 닦달에 이미 짜증이 날대로 난 상태.
혹시나(극히 드문 일이나) 약속시간에 늦기라도 하면
원인을 제공한 동행인 혹은 택시기사 혹은 지나가던 소나기는
파도치는 증오를 한 몸에 뒤집어쓰고
자신도 모르는 새 며칠간 끔찍한 저주를 받게 된다.

후자는 늦잠은 기본,
출발했어야 할 시간에 엉금엉금 준비를 시작,
동행인들 애타는 것은 아랑곳 않고
굳이 안 해도 될 일
-예를 들면 아이 섀도우 덧칠하기, 셋팅한 머리 감고 다시 셋팅하기,
다른 날 버려도 될 음식쓰레기 챙겨 버리기-
까지 태연자약 해나가다
결국 선심쓰듯 출발할 땐
이미 약속시간을 넘긴 뒤.
가면서 휴대전화를 이용
'앞에 사고가 나 길이 주차장이니 조금만 기다리라' 며
능숙하게 상대방의 분노를 잠재우고
약속시간 한 시간 후 도착해서는 함박 웃으며
'그럴 수도 있지, 우리 사이에 뭘 그래' 라는 표정으로
화제를 바꿔 몰려오는 화살을 격퇴한다.

전자는
늦는 법은 없으나 같이 다니기엔 피곤한 상대.
후자는
마음은 넉넉할 지 모르나
중요한 일은 절대 함께 하기 싫은 상대.

우리는 이 양극단 중간쯤 어딘가에 서 있다.
허나 아무리 정 중앙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고 싶어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둘 중 하나가 더 큰 목소리를 내기 마련.

만약
전자와 후자가 함께 살아야 하는 비극이 발생하면
그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근본적인 간극이 처연히 드러나게 되고,
아무리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을 가지려 애써도
결코 서로의 천성을 참아낼 수가 없는 법,

그리하여 집집마다
아이들은 걱정스레 묻는 것이다.

"엄마랑 아빠는 왜 어디 나갈 때만 되면 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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