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야지 봐야지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다가
끝내 못 보고 지나치는 작품이 있다.
따지고 보면,
'봐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은 충만하되
'정말 보고 싶다'는 마음 깊은 곳의 욕구는 그만큼 크지 않은 경우.
<오페라의 유령>도 그리 될 듯 했으나
불현듯 '표가 남는데 보지 않을래?' 라는 '웬떡' 등장.
룰루랄라 공짜 관람의 행운을-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어야지요^^)
공연은 즐거웠고
무대와 의상은 화려했고
대부분의 배우들도 멋졌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1막의 '유령'이 황당한 발성을 몇차례나 선보인 점.
인터미션 때 웅성웅성
'2막이 심히 걱정되누만'
뭐 최악의 경우라도 어차피 '공짜관람'이라는 자위카드를 쥐고 있었기에
분노까진 하지 않고 객석에 다시 앉았는데
엇?
1막과는 전혀 다른 전투력의 파워성량 '유령' 등장.
짐작컨대
위기를 감지한 주최측에서
대타 캐스팅을 긴급 투입한 것이 아닐까.
이 발빠른 대처로
2막은 성공적으로 극적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었고
결국 '끝이 좋으면 다 좋다 All's well that ends well' 는
인간 기억력의 악덕 혹은 미덕 덕분에
박수는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좀 더 나은 오케스트라와
좀 더 나은 음향시스템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어쨌든
오리지널 무대도 꼭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준 공연이었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누구에게 하는 인사인가;;;)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뮤지컬의 내러티브는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다시 제기.
아킬레우스와 경주하는 거북이같은 속도일지언정
음악극을 필생의 과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처지로선
종종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인다구요.
뮤지컬은
낯설고 복잡한 플롯을 전달하기에 적합치 않다라는 통념에 힘입어
보통
기존의 익숙한 이야기를 살짝 변용하는 길들을 택하는데
ex) 로미오와 줄리엣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라보엠 --> 렌트
etc.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사실 笛이 꿈꾸는 음악극은
소수의 인원이 중단없는 대화로 끌어가는 부조리적 심리뮤지컬.
혹은
환상과 사실이 불분명하게 교차하는 환상적사실주의 모험담.
혹은
인물보다 소리, 음향효과가 중시되는 신개념 사운드쇼
같이
'말은 번드르하나 실체는 애매모호한' 장르들이 대부분인지라
적절한 모델을 찾기가 힘드네.
또다시 요모조모 궁리를 하게 만든
작품이었던 게죠.
그나저나
이 정도 고가의 고급공연이 줄기차게 매진되는 걸 보면
경제력 더하기 문화적 열망을 공유한 층이 적잖이 형성되어 있다는 건데,
이 층을 어떻게 '우리 콘텐츠'로 끌어올 것인가가
지금 우리 음악계, 무용계, 공연계..... ....강력계, 낙찰계 등 모두가
하루에 15분씩 명상하듯 고민해야 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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