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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우산들의 도시 - ①
잃어버린 우산들의 도시 - ①


  "이봐, 어디까지 가는 거야?"
  자정이 가까운 시각, 지하철 좌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누군
가 말을 걸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졸다간 내릴 역을 지나치고 말지."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친구들이 강권하는 술을 모두 받아 마신 후 역
까지 전력으로 뛰어온지라 온몸이 노곤한 졸음에 젖어가고 있었기에, 금
속성의 목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한쪽 눈을 배시시 떠 소리가 들
린 옆자리를 보았더니, 사람은 아무도 없고, 푸른색의 우산 하나만 덜렁
놓여 있었다. 이런. 이럴 줄 알았다. 또 잃어버린 우산이다. 대략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는 벌어지는 일이다. 세상에는 잃어버린 우산들이 유난히
만만하게 보고 말을 거는 타입의 인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 대표적인 예는 나일테고.
  "나는 종착역까지 간다구.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냥 자게 좀 내버
려둬."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 다시 팔짱을 끼며 잠들려 하는데, 물방울을 튀
기는 듯한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래? 나와 동행이구만. 나는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지 않아?"
  휴. 이쯤 되면 잠자기는 글렀다. 신경질이 나 고개를 부르르 털고 주위
를 돌아보니 이미 우산으로부터 멀리 자리를 피한 아줌마, 아저씨들이
여기저기서 킥킥대고 있었다. 고거 잘 걸렸다, 구경이나 하자, 라는 심보
가 만면에 가득하다. 이러니 정의 사회 구현 따위 여전히 요원한 것이
다. 흠,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우산이랑 말동무라도 하면서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좀 피곤한 족속이긴 하지만.
  "좋아, 어디로 가는데? 종착역에 내려서 버스라도 탈 건가?"
  "나는, 하하, 드디어, 잃어버린 우산들의 도시로 가네!"
  푸른 우산의 목소리는 한껏 달떠있었다. 난 순간 내 귀를 의심할 수밖
에 없었다. 잃어버린 우산들의 도시? 우산들의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는
그 도시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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