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이사를 했어요.
10년만의 이사라 정리할 게 산더미 같았는데
그 중 책과 CD가 가장 고민이 되더군요.
갖고 있는 책 중에 300권 가량을 중고서점에 팔고
중고서점에서도 사지 않는 200권 가량은 폐지로 버렸어요.
갖고 있을 책과, 팔거나 버릴 책을 선별하며
나름의 기준이 생기는 게 재미있었어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책은 무엇일까.
지금의 나를 만든 책은 무엇일까.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굳이 소장할 필요는 없는 책은 무엇일까.
꽂아두면 폼날 것 같지만 결국 내게 별 의미 없는 책은 또 어떤 것일까 등등.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나만의 기준에 따라
책을 집었다 놓았다 하는 과정에서
뜻밖에 나라는 인간의 내면을 돌아보게 되었죠.
물론 사놓고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은 책들도 발견,
헛웃음을 짓기도 했답니다.
CD의 경우는 더 어려웠는데요,
사실상 요즘은 저도 주로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지라
엄청난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는 CD들을 처분할까도 생각했으나,
한 장 한 장 자켓을 들여다보면
그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CD는 거의 대부분 새 집으로 들고 들어왔습니다.
플레이어에 걸지 않아도
그 속 음악이 들리는 CD들이
지금 제 방에 가득 쌓여있습니다.
가끔 이런 이사를 통해서
묵혀두었던 마음의 방문 몇 개가
스르르 열리는 걸 느낍니다.
무엇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내가 보고 듣고 읽은 것들의 총체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지난주에는 일본에 다녀왔어요.
도쿄와 오사카에서 콘서트를 하고 왔습니다.
도쿄는 2015년 이후 두번째 콘서트였는데
확연히 더 뜨거워진 반응을 느낄 수 있었구요.
오사카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따듯한 환대를 받았어요.
관객 여러분, 미디어 관계자, 스태프 분들이 모두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마치고 왔습니다.
부족한 일본어로 농담도 건네며 이어간 이야기에도
마음을 열고 즐겁게 박수를 쳐주신 분들께
다시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사카에서는 너무 맘에 드는 스시집을 소개받아
두 번이나 방문했어요.
밴드 친구들과 두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밤늦게까지 나누었답니다.
조만간 다시 공연하러 가고 싶어요.
이제 여름이네요.
새로운 자극 속에
새로운 곡들을 쓰려 합니다.
녹음해 둔 곡들도 있어서
올해 <흔적 part.2>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흐름에 맡겨
또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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